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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mi (오혁)Author

2025년 11월 19일

전기차(EV)와 충전기(EVSE)는 어떻게 소통할까?

우리가 매일 스마트폰을 충전하듯 전기차도 플러그를 꽂으면 충전이 됩니다. 하지만 이 과정 뒤에는 스마트폰 충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정교하고 복잡한 '대화'가 숨어 있습니다.

전기차(EV)와 전기차 충전기(EVSE)가 충전 시작 전 후로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0. 커넥터, J1772 와 CCS1

전기차와 전기차 충전기가 서로 만나서 이야기 할 수 있는 곳은 바로 커넥터 입니다. (물론 이후에 무선 충전의 시대가 오면 커넥터도 필요 없어지겠지만…)

우리나라의 AC충전기와 DC 충전기는 각각 J1772와 CCS1 이라는 커넥터의 물리적인 규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AC커넥터는 아래와 같은 모습입니다.

ac

각각의 Pin은 다음과 같은 기능을 합니다.

Pin

기능

역할

AC_L, AC_N

교류(AC) 전력 선

AC 전력을 차량의 온보드 충전기로 전달

PE(Protective Earth)

보호 접지

전기 안전을 위한 접지

PP(Proximity Pilot)

근접 파일럿 신호 선

커넥터가 차량에 제대로 삽입되었는지 감지하고, 충전 케이블의 허용 전류를 감지하여 안전 확보.

CP(Control Pilot)

제어 파일럿 신호선

IEC-61851 표준에 따라 충전기와 EV 간 통신 및 안전 제어를 담당. 최대 공급 가능 전류 및 EV의 연결 상태 확인.

그리고, DC 커넥터는 위 커넥터에 DC 라인 2개(+,-)가 더해져서 아래와 같습니다.

dc

추가된 Pin의 기능은 다음과 같습니다.

Pin

기능

역할

AC_L, AC_N, PP, PE, CP

J1772 와 동일

AC 충전 및 안전/제어 기능 유지 (AC 충전 모드 시 사용). CP는 ISO 15118 데이터 통신에도 활용됨.

DC+, DC-

직류(DC) 전력 선

DC 급속 충전 시 차량의 배터리로 고전압 전력 직접 공급.

DC 급속 충전 시에는 DC+ 와 DC- 핀을 통해 충전기에서 DC 전력이 차량 배터리로 직접 전달되어 충전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집니다. 동시에 CP 핀 ISO 15118 통신(Plug & Charge, V2G 등)을 위한 데이터 채널로 활용되어 차량과 충전기 간의 스마트한 고수준 대화를 가능하게 합니다.

참조) 전기차와 전기차 충전기 간 CP 라인의 회로도

Schematic

( 출처 : KS 61851-1)

이제부터, 어떻게 전기차와 전기차 충전기가 이야기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기본 통신, IEC 61851

전기차가 충전기와 나누는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대화는 IEC 61851-1 표준에 정의된 '컨트롤 파일럿(Control Pilot, CP)' 신호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이는 비유하자면 '똑똑' 노크를 하고 간단한 수신호를 주고받는 것과 같습니다.

이 통신은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전압과 펄스(PWM) 신호로 이루어집니다.

1) "연결되었습니다!" - 전압으로 상태 알리기

차량과 충전기는 CP 라인의 전압을 변경하며 서로의 상태를 확인합니다.

(State A) 충전기 대기: 차량이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충전기는 CP 라인에 +12V를 보냅니다.

(State B) 차량 연결됨: 사용자가 커넥터를 꽂는 순간, 차량 내부의 2.74kΩ 저항이 회로에 연결됩니다. 이 저항 때문에 CP 전압은 +9V로 떨어집니다.

  • 충전기 인식: "+9V가 되었네. 차가 연결됐군. 안전 점검 시작!"

(State C) 차량 충전 준비 완료: 차량이 충전 준비를 마치면, 1.3kΩ 저항을 추가로 병렬 연결합니다. CP 전압은 다시 +6V로 떨어집니다.

  • 충전기 인식: "+6V 신호 확인! 차량이 준비됐다. 이제 전기를 공급해도 좋아."

(참고: State D): 만약 +3V 신호가 오면, 이는 "환기가 필요하다(수소 가스 발생 가능성)"는 특수 신호입니다.

<깜짝 문제> 위 KS 61851-1의 회로도에서 12V의 전압이 1KΩ 과 2.74KΩ 으로 전압 분배가 됩니다. 엇! 근데 12V를 9V로 만들려면 저항 R3이 3KΩ이 되어야 하는거 아닌가? 왜? 3KΩ 이 아니라 2.74KΩ 을 사용할까요? 정답은 블로그 마지막에 공개됩니다.

2) "전기는 이만큼만 쓰세요!" - PWM 듀티 사이클

State C(+6V)가 되어 차량이 준비되면, 충전기는 +6V와 -12V를 오가는 1kHz의 PWM(펄스 폭 변조) 신호를 보냅니다.

이 신호의 듀티 사이클(Duty Cycle, 신호가 켜져 있는 비율)이 바로 "충전기가 최대로 줄 수 있는 전류량"을 의미합니다.

  • 예: 듀티 사이클 50% = "최대 30A까지 사용 가능합니다."
  • 예: 듀티 사이클 16% = "최대 10A까지만 사용하세요."

차량은 이 '제한 속도' 신호를 절대 넘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배터리 상태(BMS)가 요구하는 만큼의 전류를 스스로 조절하여 끌어다 씁니다.

여기까지가 모든 AC(완속) 충전의 기본입니다.

2. 고급 통신, ISO 15118

아날로그 방식의 기본통신은 간단하고 안전하지만, “연결이 잘 되었나?” 또는 "얼마나 줄 수 있니?" -> "알았어" 정도의 단순한 대화만 가능합니다. 하지만 DC(급속) 충전이나 '플러그앤차지(PnC)' 같은 스마트 기능은 더 복잡한 정보가 필요합니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ISO 15118 표준이며, 이는 PLC(Power Line Communication, 전력선 통신) 기술을 사용합니다.

1) PLC: 같은 라인, 다른 대화

PLC는 놀랍게도 기존의 CP 라인 위에 고주파 디지털 신호를 겹쳐서 보냅니다. 아날로그 전압(상태 확인)과 PWM(최대 전류) 신호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 위에 인터넷 데이터처럼 복잡한 디지털 정보를 실어 나르는 것입니다.

2) 무엇을 대화하는가?

ISO 15118 통신이 시작되면, 차량과 충전기는 이런 '진짜 대화'를 나눕니다.

  • 인증 (Authentication): "회원 카드"나 "신용카드"가 필요 없습니다. 차량이 충전기에 연결되는 순간, 차량 고유의 인증서를 충전기에 전송합니다. 충전기는 이 정보를 서버로 보내 "아, OOO 회원이 맞군요. 충전 시작!"이라고 승인합니다. 이것이 바로 '플러그앤차지(Plug and Charge, PnC)'입니다.
  • 정보 교환 (Data Exchange):
    • 차량 → 충전기: "내 배터리 현재 30% 남았고, 80%까지 채우고 싶어. 총 50kWh가 필요해."
    • 충전기 → 차량: "알겠어. 지금부터 350kW로 고속 충전 시작할게."
  • 스마트/양방향 충전 (V2G/V2H):
    • 차량 → 충전기: "나 지금 배터리 90%인데, 전력 피크 타임이네. 내 배터리에서 10kW를 다시 집(V2H)이나 전력망(V2G)으로 보내줄 수 있어."
    • 충전기 → 차량: "OK. 지금부터 방전 모드로 전환할게."

3. AC(완속) vs DC(급속)

1) AC 충전 (완속)

  • 기본: IEC 61851 (CP 전압 + PWM)만으로 충전 가능. (대부분의 가정용/공용 완속충전기)
  • 스마트: IEC 61851 + ISO 15118 (PLC). (플러그앤차지, V2H 지원 완속충전기)

2) DC 충전 (급속)

  • 필수: IEC 61851 (CP 전압 + PWM)로 기본 연결을 확인한 뒤, 반드시 ISO 15118 (PLC) 통신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 이유: DC 충전은 충전기가 차량의 BMS와 직접 대화하며 수백 볼트(V)와 수백 암페어(A)의 전력을 실시간으로 제어해야 하므로, 단순한 PWM 신호로는 불가능합니다. 차량 BMS가 "지금 300A 줘", "온도 높아, 150A로 낮춰" 같은 명령을 PLC를 통해 1초에도 여러 번 주고받습니다.

단순한 연결이 아닌 '정교한 협상'

전기차 충전은 플러그를 꽂는 순간 시작되는 '안전(IEC 61851)'과 '정보(ISO 15118)'의 정교한 협상입니다.

  1. 아날로그 신호(CP/PWM)로 기본적인 안전을 확보하고 최대 전력 한계를 설정한 뒤,
  2. 디지털 신호(PLC)로 인증, 결제, 배터리 상태, 필요 전력량을 교환하며 가장 효율적인 충전을 진행합니다.

이러한 표준화된 '언어'가 있기에, 전기차와 충전기는 안전하고 편리하게 "충전"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볼트업은 고객님의 안전한 충전 경험을 최우선으로 하며, 이 복잡한 '대화'가 항상 완벽하게 이루어지도록 24시간 시스템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는 V2G와 Plug & Charge 같은 스마트 기술을 통해 고객님께 가장 효율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충전 경험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깜짝 문제 답) 3KΩ 이 아닌 2.74KΩ을 사용하는 이유는 차량 측 입력부에 적용된 다이오드에 있습니다. 이 다이오드는 역방향으로 전류가 흐르는 것을 방지하는 기능을 하지만, 0.7V의 전압강하가 일어납니다. 0.7V를 추가하여 계산해보면 결과적으로 CP라인에는 대략 9V가 걸리게 되고, EV쪽에서는 대략 8.3V의 전압이 걸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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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mi (오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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